Study Note2010. 12. 8. 16:45


이 글은 지난 7년간 AUI를 제작하며 터득해온 개인적인 노하우와 제작 프로세스를 사운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서술한 글입니다.


제품에 탑재되는 UI (
User Interface)는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논리영역의 LUI(Logical User Interface), 시각적 요소인 GUI(Graphical User Interface), 하드웨어 요소인PUI(Physical User Interface), 소리 요소인 AUI(Auditory User Interface)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게 없는 이 네가지 UI중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AUI는 언제가 가장 마지막에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 집니다.




가장 마지막 단계에 그것도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사운드 디자이너는 무슨 일을 하게 될까요?

단순히 여기에는 이소리, 저기에는 저소리...이렇게 소리를 만들어 끼워 넣는 것이 전부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은 AUI를 디자인 하는 사운드 디자이너가 하는 일에 대해 간단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고민하다


AUI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 사운드 디자이너는 밑도 끝도 없는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물론 클라이언트는 "사용자 입장에서의 고민", "기업 입장에서의 고민" 이 두가지 모두를 만족하며, 사용자에게 보다 나은 UX를 제공하고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는 최적화된 AUI를 디자인 해 주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그 기업에 훌륭한 마인드를 탑재한 UX팀이 존재하지 않는 한... 

한결 같이 "이 소리도 넣어주세요, 저 소리도 넣어주세요" 이런 요구를 하곤 합니다.


'저 요구 다 들어 줬다간 형편없는 AUI가 되어 버릴텐데...'


안타깝게도 거의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이런 고민으로 시작됩니다.


본 내용 시작 전 넋두리가 좀 길었네요. 

실질적인 AUI 제작 과정은 아래 항목부터 시작됩니다.



1. 제품에 대한 이해 & AUI 컨셉 결정


AUI 디자인을 위한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해야할 부분은 제품에 대한 이해입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제품이 어디에 쓰이며 어떻게 동작하는지 정도의 수준이 아닌 디자인 컨셉, 마케팅 요소, 주 사용자층의 연령/성별/직업, 시장에서의 포지션등의  전반적인 정보를 습득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이렇게 습득된 정보를 바탕으로 앞으로 제작하게 될 AUI의 전체적인 컨셉 결정하게 되는데요,

만일, 소닉 브랜딩을 위해 미리 만들어 놓았던 Sound Logo가 있을 경우  이 Sound Logo는 AUI 컨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또한, AUI 제작을 위한 회의에서 소닉브랜딩에 대한 의견이 나와 저희가 직접 Sound Logo와 Corporation Loop, Corporation Music 까지 소닉브랜딩을 위해 필요한 전체적인 소리 요소들을 함께 제작하는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업 입장에서의 AUI 개발은 UX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Sound identity를 빼고 얘기 하기는 어렵습니다.

제품을 사용 할 때마다 듣게 되는 AUI는 Sound identity 강화를 위한 아주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요소이며, 더 나아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닉브랜딩의 방법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플할 수 밖에 없는 AUI에 최대한 많은 의미를 담아내려고 노력을 하고 있으며, 실제 AUI 제작에 들어가기 전 이 부분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2. Sound Positioning & 제작 리스트 만들기


AUI 제작을 의뢰하는 대부분의 클라리언트들은 제품의 어느 곳에 소리를 넣을 것인지 미리 정한 후 알려줍니다.

그 회사에 UX 팀이 있고 고민 끝에 내려진 결정이라면 수용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상당히 많죠.

그들의 생각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이왕 돈 들여 사운드 넣는건데 여기 저기 소리가 많이 들어가야 좋을것 같다.'


하지만, 소리는 사용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물리적인 요소라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AUI는 철저하게 UX 관점에서 판단하여 적용 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소리를 적용 해야할 부분과 적용하면 안될 부분을 선별하여 클라이언트에게 알려드립니다.

꼭 필요한 위치에 의미있는 소리가 적용될 수있도록 철저한 분석을 통해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지요.



간혹 리서치를 통해 얻어낸 정보만을 가지고 사용자가 원하는 소리를 원하는 위치에 넣으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에게 물으신다면 "좋지 않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을 할 것입니다.



AUI를 적용할 Position을 정한 후 그에 맞는 제작리스트를 작성한 후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에 들어갑니다.



3. AUI 시안 제작 및 선택


컨셉이 결정 되었고, Sound Positioning도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다음에 해야할 일은? 

클라이언트에게 들려줄 시안을 제작하는 일입니다.

"시안 제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최대한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이를 통해 최적의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한 작업입니다.

이 때 잊지 말아야할 아주 중요한 사항이 있는데요, 여기서 말 하는 다양한 시도란 "첫 단계에서 결정한 컨셉" 안에서의 다양한 시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컨셉에서 벗어난 시안은 아무리 좋은 결과물이라 할지라도 프로젝트 자체를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에 절대로 클라이언트에게 전달 되어서는 안됩니다.


클라이언트는 다양한 시안들 중 하나를 고르게 되고, 선택된 시안을 기준으로 전체 AUI 제작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시안 선택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질 때가 많습니다.

디자이너가 점찍어 둔 시안과 클라이언트가 선택한 시안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인데요, 대부분 클라이언트가 결정한 시안으로 작업이 진행 되지만 디자이너는 끝까지 포기 하지 않고 자신이 추천하는 시안에 대해 설명합니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할 경우 중제안이 나오기도 하고 양자의 의견이 반영된 새로운 시안이 나오기도 합니다.(이렇게 진행 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항상 만족스러웠습니다.)


참고로 AUI 시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꼭 지켜져야할 사항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내용임에도 이 부분이 지켜지지 않아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내용은...

 

"AUI 시안 테스트는 AUI가 적용될 제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입니다.


제품에 적용될 소리입니다. 테스트는 당연히 제품에서 해야겠지요.

좋은 스피커에서 아무리 아름답게 들려봐야 제품의 스피커 스펙이나 인클로징 상태 등이 좋지 않으면 제대로 재생되기 어렵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AUI는 제품의 오디오 특성에 맞게 제작됩니다. 




3. AUI 제작 및 최적화


시안이 선택되면 본격적인 AUI 제작에 들어갑니다.

이 부분은 실제 작업에 대한 이야기이니... 사운드 디자인 과정을 보여드릴 수도 없고 ^^


"열심히 AUI를 만듭니다"   이정도로 정리하겠습니다.


AUI 제작이 완료되면 사운드 디자이너의 업무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제품에 AUI를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일들이 있는데요, 생각보다 후반 적업도 많은 노력이 들어갑니다.

우선은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되는데요,

"소리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사용자가 소리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할까? 그렇다면 몇단계로 조절 할 수 있게 해야하는가?"
"소리 크기 조절이 가능한 구성에서 디폴트 레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가?"

제품의 UX를 담당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소리를 만든 사운드 디자이너가 실제 제품에서 재생되는 소리를 들어가며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최적화 작업을 수행하게 됩니다.

제품의 오디오 특성에 맞게 제작 되긴 하였으나 최종 양산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음질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여 최적화 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흔히 "튜닝"한다 라고 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제품의 하드웨어를 담당하시는 개발자 분들과 주로 일을 하게 되는데요, 출장이나 밤 새는 일이 많아 마라톤의 40KM 구간 정도가 이런 느낌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많습니다.


최적화 작업이 끝나면 사운드 디자이너의 업무는 끝이납니다... 휴~



3단계로 나누어 간단하게 적어 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긴 글이 되었습니다.

혹시 끝까지 다 읽어 주셨다면 고맙습니다 ^^



소리솜씨 블로그를 방문 하시면 AUI와 소닉 브랜딩에 관한 더 많은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